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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작업장에서 도자기 제작용 전기가마 제품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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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경북 구미시 공단동 구미산업단지 내 ㈜에스티아이. 각종 부품이 쌓여 있는 150㎡(45평) 규모의 제1작업장 안에선 직원 대여섯 명이 바쁘게 손을 놀리며 제품을 점검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일하는 게 힘들 텐데 분위기가 좋다”고 묻자 기획관리팀 김승한(38) 차장은 “얼마 전 받은 보너스 때문인 듯하다”며 “남들은 다 어렵다는데 지갑이 두둑해지니 직원들 표정이 밝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열처리 장비를 생산하는 이 업체 48명 전 직원은 지난해 12월 30일 1200%의 연말 보너스를 받았다. 통상임금(기본급+수당) 기준으로 1년 치 연봉이다.

직원들은 올해 회사 사정이 다소 나아진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1200%의 성과급이 들어오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제조팀 안희경(41) 과장은 통장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금액을 잘못 본 줄 알고 수차례 다시 확인해 봤다”며 “연말연시 돈 들어갈 곳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아이들 학원비, 부모님 선물 등에 요긴하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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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에스티아이 직원들이 공장 앞마당에서 상장과 특허증을 들고 올 한 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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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일(55) 대표는 “위기를 함께 극복해 준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열처리 업계에서 일하다 2007년 에스티아이를 설립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대기업 납품 중심으로 했다. 그러나 2014년 말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래하던 대기업과의 관계가 끊기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해당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에스티아이와 거래하던 사업부문을 외국기업에 넘겼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2013년 103억원, 2014년 89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5년 32억원까지 추락했다. 매년 올려줬던 임금도 동결됐다. 물론 보너스도 없었다. 에스티아이와 함께 해당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던 다른 중소기업들은 도산하거나 업종을 바꿨다. 직원들의 불안감은 높아졌다. 서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그는 “대기업만 바라보지 말고 독자적으로 살길을 찾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번 돈 모두를 털어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다”며 “중국과 인도, 미국 등 세계시장을 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원도 늘렸다. 30여 명이던 직원은 연구·마케팅 인력을 더 채용해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성과는 지난해 초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의 한 업체와 180억원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인도와도 계약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미국 시장에도 판로 개척의 첫발을 뗀 상태다. 지난 한 해 결산을 해봐야 알겠지만 에스티아이는 2016년 19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5년 매출의 6배 수준이다.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던 때보다도 많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구미시가 우수 기업에 주는 ‘이달의 기업’에도 뽑혔다. 올해 하반기엔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공장을 하나 더 지을 계획이다. 서 대표는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고생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거둔 성과를 회사가 독차지해선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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